티스토리 뷰
비염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한 만성 질환으로, 국내에서도 인구의 약 30% 이상이 다양한 형태의 비염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염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비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나뉘며, 그중에서도 알레르기성 비염은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반려동물의 털, 곰팡이, 특정 식품 등에 의해 유발되는 면역 반응에 기인합니다. 비염은 단순히 코막힘이나 콧물 같은 불편함을 넘어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만성 두통, 심지어 천식으로의 진행 가능성 등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염을 치료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크게는 약물 치료와 면역치료로 구분되며, 각 치료법은 적용 대상, 효과 지속성, 부작용 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그리고 설하면역요법(SLIT)을 중심으로 각 치료법의 원리와 장단점, 적응증을 자세히 비교해 드립니다.
항히스타민제 – 증상 완화에 집중한 1차 선택약
항히스타민제는 비염 치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1차 약제로, 주로 알레르기 반응의 주요 매개체인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여 증상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비염 증상 중 재채기, 맑은 콧물, 눈 가려움 등은 히스타민이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면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알레르기 반응인데, 항히스타민제는 이러한 히스타민이 수용체(H1 receptor)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해 증상을 줄여줍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일반적으로 경구 복용 형태(정제, 캡슐 등)로 가장 많이 사용되며, 필요에 따라 점비제(코에 뿌리는 형태)나 점안제(눈에 넣는 약)로도 처방됩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예: 클로르페니라민)는 강한 진정 작용과 졸음 등의 부작용이 있어 운전이나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반면, 2세대 항히스타민제(예: 로라타딘, 세티리진, 펙소페나딘 등)는 중추신경계 통과율이 낮아 졸림이 적고, 하루 1회 복용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현재는 주로 2세대 약물이 선호됩니다.
그러나 항히스타민제는 증상의 일시적인 완화에 초점을 맞춘 약물로, 비염의 근본적인 원인인 알레르기 체질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증상이 다시 나타나며, 장기간 복용 시에는 효과 감소나 내성 문제, 간 기능 이상과 같은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또한 항히스타민제는 코막힘보다는 콧물과 재채기 증상에 보다 효과적이며, 점막 부종이 심한 만성 비염 환자에게는 제한적인 효과만을 보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항히스타민제는 비염 치료의 가장 기본적이고 빠르게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약물이며,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이나 가벼운 증상에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그러나 반복적 재발이나 중등도 이상의 만성 비염에는 항히스타민 단독 치료로는 부족하며, 다른 약물이나 면역치료의 병행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 염증 조절과 지속 효과 중심
스테로이드는 비염 치료에서 염증 반응 자체를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약물 중 하나로, 특히 중등도에서 중증의 알레르기성 비염 또는 비알레르기성 만성 비염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스테로이드는 면역세포의 활성과 염증 매개물질(히스타민, 류코트리엔,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분비를 억제하여 점막의 부종을 줄이고 코막힘을 개선시키며, 전반적인 비강 내 염증 반응을 안정화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입니다.
비강 내 스테로이드(INCS: Intranasal Corticosteroids)는 일반적으로 하루 1~2회 코에 분사하는 형태로 사용되며, 경구용 스테로이드에 비해 전신 흡수율이 1% 미만으로 매우 낮아 장기적으로 사용해도 안전성이 높습니다. 스테로이드는 항히스타민제가 주로 ‘콧물’과 ‘재채기’에 효과적인 반면, 코막힘과 점막 비후와 같은 구조적 변화에도 효과가 있어 보다 넓은 증상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초기 사용 시 1~3일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1~2주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는 증상이 심해졌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없어도 일정 기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사라지면 사용을 중단하는데, 이럴 경우 재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반적인 부작용으로는 코 안의 자극감, 코피, 인후부 건조감 등이 있으며, 이는 대부분 분사 방향이나 강도 조절로 예방이 가능합니다. 드물게 후각 감퇴나 점막 위축이 발생할 수 있으나, 장기적이고 고용량 사용 시에 한정됩니다. 정해진 용량을 지키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올바른 분사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테로이드는 항히스타민제와 병행 투여할 수 있으며, 특히 증상이 심하거나 하루 중 증상 기복이 큰 환자에게는 병용 요법이 효과적입니다. 전반적으로 스테로이드는 증상 조절뿐만 아니라 증상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일상생활의 질을 장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약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면역치료(SLIT) – 체질을 바꾸는 근본 치료법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비염의 ‘근본 원인’에 접근하는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가 증상을 억제하는 방식이라면,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에 대해 신체의 면역 반응을 조절해 ‘알레르기 체질 자체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설하면역요법(SLIT)은 면역치료 중 하나로, 혀 아래에 알레르기 항원을 투여해 경구 점막을 통해 흡수시키는 방식입니다.
SLIT는 병원에서 진단된 특정 알레르겐(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털 등)에 대해 주 1~2회 또는 매일 규칙적으로 항원을 투여하면서 수개월~수년간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 최소 3년 이상 투여가 권장되며, 치료 효과는 치료 종료 후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환자의 경우 치료 종료 후 알레르기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비염 완치에 가장 근접한 치료로 평가받습니다.
SLIT의 가장 큰 장점은 자가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초기 몇 주는 병원 내에서 관찰하에 시행하며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한 후, 이후에는 자가 복용이 가능해 일상생활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치료 초기에는 입안 따가움, 가려움, 인후 이물감, 복부 불쾌감 등의 경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수일 내에 사라집니다. 극히 드물게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치료 초기에는 반드시 의료진의 관찰이 필요합니다.
SLIT는 특히 소아 환자에서 효과가 높고, 천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낮추는 예방 효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약물 치료에 실패하거나, 약물 의존이 심한 환자에게 매우 적합한 선택지입니다. 그러나 SLIT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고, 치료 순응도(복용 지속성)가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꾸준한 복용이 가능하고, 정해진 일정을 잘 지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비염 치료는 단순히 현재의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재발을 방지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빠른 증상 조절에 적합하고, 스테로이드는 염증 조절과 지속 효과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제입니다. SLIT는 면역 반응 자체를 바꾸는 유일한 치료로써, 근본적 개선을 원하는 환자에게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증상의 양상, 지속 기간, 알레르겐 반응 정도, 생활 패턴 등을 고려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나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찾고, 꾸준한 관리와 올바른 치료법 실행을 통해 비염 없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